2009. 2. 20 네팔의 번다와 교통사고
네팔의 "번다"를 들어보셨나요?
네팔의 "번다"는 여러가지 행위에 대한 뜻이 있으나, 보통 길을 막고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는 행위를 이른다. 보통 우리나라의 집회처럼 자신들의 주장을 요구하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들어질 때까지 길을 막고 주장을 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현수막을 거리행진을 하고, 연설과 구호를 외치는 번다도 있다. 현지에서 정치적 요구, 교통사고 보상금, 인신매매 해결을 위한 번다가 있었다고 들었다.
오전의 일꾼 모드에서 벗어나 석재 채취장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을 가고 있는데 앞쪽의 차들이 길거리에 서 있었다. 한참 앞에 버스가 길을 가로 막고 있어, 차가 가지를 못하였던 것이다. 차 2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산길에 버스가 가로로 막아 놓았다.
버스 운전기사가 트럭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버스 운전기사는 승객들과 함께 트럭 운전기사를 폭행하고, 도망갔다. 그 와중에 버스로 길을 막아놓고 도망간 것이다. 경찰은 와 있었지만, 버스를 빼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그저 친절히 이 상황을 우리들에게 알려줄 분이었다. 주변 네팔인들도 차에 내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차에서 내려 1시간을 넘게 걸어서 다녀왔는데도 버스는 그대로 있었다. 주변은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은 그저 그 상황에 큰 불만이 없는 듯 보였다.
하루 일정을 맞추고, 숙소로 돌아왔다. 매일 저녁에 돌아다녀 함께 방을 쓰고 있는 형과 술 한잔도 못해서 맥주를 사러 거리로 나왔다. 밤 10시 30분이 지나고 있어 타멜 거리도 한산했다. 맥주를 사기 위해 Naya Bazaar Rd로 향했다. 가게 하나가 열려있었다. 맥주를 사고 계산을 하려는데 뒤쪽에서 "쿵쾅"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택시와 봉고차가 사고가 났다.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며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자 택시 운전사가 문을 열고 미친듯이 도망가는 것이다. 봉고차에서는 코에서 나는 피를 부여잡고 사람이 걸어 나오고 있었고, 택시 뒷좌석에 앉았던 사람은 어리둥절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택시 운전사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코에서 피가 나던 사람은 휴지로 피를 닦아내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어두운 물체가 움직이게 보였다. 길거리에 누워있던 사람이 좀비처럼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으..흐..으.." 소리를 내며 느릿느릿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사람의 머리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택시가 그 사람을 치고, 봉고차와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었다. 그 사람은 언뜻 보기에도 중상이었다.
흥분해서 주변 네팔인들에게 "앰블런스.. 앰블런스.." 소리를 쳤지만, 네팔인들은 그저 무덤덤하게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저 네팔 사람들이 원망스러웠다. 그 순간 머리속에는 계속 그 자리에 있다가 나도 무슨 일을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네팔인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맥주를 들고 숙소까지 뛰기 시작했다. 맥주병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리기만 하였다.
숙소에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니 경찰차 싸이렌 소리가 들렸다. 이내 한 두잔 술잔이 돌아가기 시작하니 구급차 소리도 들렸다. 구급차가 갔으니 다행이다 하면서 맥주를 들이켰지만, 가슴은 계속 뛰고 있었다.
택시 문을 박차고 도망가는 택시 운전사...
사고를 당해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그 사람...
사고현장을 바라보기만 했던 네팔인들...
전날의 기억을 잊지 못한 채 숙소에서 아침을 맞이하였다. 오전에 햇살 아래서 책을 읽다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서는 경찰들이 교통통제를 하였다. "번다"였다. 아무래도 어제 밤 교통사고로 인해서 거리에서 "번다"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 보장망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은 네팔에서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치료비, 보상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란다. 그로 인해서 이렇게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우스갯소리로 차라리 죽는 게 더 낳다고 이야기 한다.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슬픈 이야기이다. 미친듯이 도망쳤던 택시 운전사는 당분간 잠적할 것 이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더욱 울쩍해졌다. 빨래를 하고, ABC 트래킹을 위해 포카라로 떠나려 했는데 도저히 이런 기분으로 어디로 움직이지 못하겠다.
그저 몸과 마음을 달래주어야 했다.
여행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기분 좋은 상상만 하고 왔는데... 이 울쩍함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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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프네 그 상황이......
한동안 정신 못차렸습니다..^^ ㅋ
참이슬과 모이또로 정신 차렸어요.. ㅋ